1300원대 환율의 기이함…한국경제 안녕한가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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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대 환율의 기이함…한국경제 안녕한가 [뉴스룸에서]

by 끝장토익 토익과외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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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대 환율의 기이함…한국경제 안녕한가 [뉴스룸에서]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선 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총선에 마음을 뺏긴 사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선 이상 징후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평소라면 정부나 미디어가 떠들썩했을 법한 수준의 이상 조짐임에도 총선 과정이 워낙 드라마틱한 탓인지 주목도는 크지 않았다.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던 ‘대파 875원 사건’마저 없었다면 ‘고물가’도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의 거울이라고 흔히 부르는 환율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단지 보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원화 가치가 36원 급락(원-달러 환율 상승)해서만은 아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딱 짚어내기 어렵다는 점이 불길하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수출 시장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정보기술 품목이 중심인 건 아쉽지만 6개월 연속 수출액(전년동월비 기준)이 늘고 있다. 2월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반도체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점은 추가 확대를 기대해봄 직한 요소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부터 매달 흑자를 내고 있다. 그 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흑자 규모는 40억달러를 웃돌며 올해 누적 흑자 규모는 약 90억달러다.

 

증권 시장은 어떨까. 지난 한달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약 5조7천억원을 순매수했다. 2월보다 강도가 약해지긴 했으나 작은 순매수 규모는 아니다. 1월(약 3조원)보다는 많고 무엇보다 원화 가치 급락세가 나타난 최근 보름 새 매수 강도는 더해져 해당 기간 순매수 금액은 6조원을 웃돈다. 채권 시장에서도 외화는 나가기보단 들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늘고 있다. 신고금액 기준으로는 지난 1분기(1~3월) 외국인 투자액은 약 70억달러로 25.1%(동기비) 증가했다. 도착금액(약 19억달러)이 신고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은 찜찜한 구석이나 이 사실을 원화 가치 급락을 가져온 근거로 삼기엔 부족하다.

 

외화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나타난 원화 가치 급락 현상에 시장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지난달 중순 이후 외환 담당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다양한 가설이 난무하고 논쟁이 치열하다. 원화 급락을 용인하기로 했는지, 구두개입조차 않은 외환당국 역시 뾰족한 설명은 내놓지 않는다. 주요국 통화 정책의 변화나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예정된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주목하는 달러의 구조적 강세 가설은 솔깃한 풀이지만 이 역시 아직은 ‘가설’에 머문다. 대외 요인에만 주목한 설명이란 한계도 있다.

 

시계열을 넓히면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원-달러 환율이 분기 평균환율 기준으로 1300원대를 웃돈 건 오늘날과 같은 변동환율제가 도입(1997년 12월)된 이후 20여년 역사에서 딱 두번 있었다. 외환위기 때(1998년 1분기)와 세계 금융위기 시기(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다. 전자는 한국 경제가 완전히 내부적으로 무너졌을 때, 후자는 100년 전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던 때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 출범 시기와 맞닿는다. 20대 대선이 치러진 2022년 1분기 때 2년3개월 만에 1200원 선을 돌파했으며, 다시 반년 만에 1300원대에 올라섰다. 이후 지난해 1분기 한차례만 빼고 줄곧 1300원 선 위에서 환율이 움직였다. 현 정부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단계적으로 레벨 업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7거래일 평균 환율은 1345.6원이다. 어느새 달러당 1350원 문턱에 온 셈이다.

 

가설 중 하나인 구조적 달러 강세설이 맞는다면 어쩌면 다행일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원화 가치 레벨에 적응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말이다. 반대로 대외 요인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한국 경제가 안으로 침식돼 나타난 현상이라면 총선 뒤 많은 사람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환율 차트에 주목할 것이며 경제 전반에 불안 심리가 확산할 것이다.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위험’(unknown unknown risk)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파도가 코앞에까지 밀려왔던 2007년 말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코스피 3000을 노래했고 수많은 시장 애널리스트는 ‘대세 상승장’을 전망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코로나 확산 한달 전인 2020년 2월 한국 사회를 떠올려보라.

 

출처: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5160.html

 

1300원대 환율의 기이함…한국경제 안녕한가 [뉴스룸에서]

김경락 | 경제산업부장 많은 이들이 총선에 마음을 뺏긴 사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선 이상 징후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평소라면 정부나 미디어가 떠들썩했을 법한 수준의 이상 조짐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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