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로스쿨 재학생의 불편한 진실, 돈·서열·경쟁…예비 법조인의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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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로스쿨 재학생의 불편한 진실, 돈·서열·경쟁…예비 법조인의 ‘삼중고’

by 끝장토익 토익과외 201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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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적과 학비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입학해 장학금을 받았지만 2학기 성적이 미달돼 다음 학기 등록금을 전액 납부해야 했다. 2011년 2월, 2010년 5월에도 로스쿨 재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 사립대 로스쿨 재학생 김모(27) 씨는 "로스쿨 학생 자살 사건을 언론에서 봤는데 자살 이유를 듣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 또한 불안감과 초조함 때문에 너무 힘들어 험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힘든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 비싼 학비와 무한 경쟁 체제가 로스쿨 학생들을 힘들게 만든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로스쿨의 한 학기당 평균 등록금(2011년 기준)은 743만 원으로, 사립대 연간 등록금(768만 원)과 맞먹는 액수다. 로스쿨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비로만 약 44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게다가 사립대 로스쿨 등록금은 국립대 로스쿨보다 2배 정도 비싸다. 학비가 가장 비싼 연세대 로스쿨은 3년 등록금만 6000만 원이 넘는다.

등록금뿐만이 아니다. 학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에게는 학원 수강이 필수 코스다. 주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수업을 보충하고 3학년들은 방학 중에 학원의 특강을 듣기도 한다. 학원비도 부담이 되는 셈이다. 신림동의 한 변호사시험학원에서 실시하는 여름방학 특강은 개설된 7과목을 모두 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약 200만 원의 학원비가 든다. 지난 8월 7일 신림동에 있는 한림법학원 변호사시험학원에서 만난 서울 소재 로스쿨 재학생 박모(32) 씨는 "아무래도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학원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 신입생 중 비(非)법학과 학생들은 따로 법학 '과외'를 받기도 한다. 로스쿨 학생 중 아직까지 법학과 출신이 많기 때문에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어서다. 일종의 선행 학습으로, 과외 '선생님'은 사법시험 합격자인 경우가 많다. 로스쿨 재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사법연수원 40기. 로스쿨 신입생 대상 법학 과외 모집'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등록금도 비싼데 학원비와 과외비까지 더해지며 로스쿨 학생들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사립대 로스쿨 3학년 김모(28) 씨는 "선배들이 '등록금에 생활비와 학원비를 합치면 3년에 1억 쓰기 쉽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로스쿨 들어오려는 애들한테 똑같이 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 준비 비용은 로스쿨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 정도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려대 법학과 졸업생 김모(26) 씨는 "사법시험은 3년간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학원비와 생활비 등을 포함해도 많아봐야 2500만 원 정도 든다"며 "로스쿨은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 아직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3년간 1억 원 들어…법학 과외 받기도

돈이 많이 들어도 미래가 밝으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상위권 로스쿨 출신이 아니면 돈은 돈대로 쓰면서 불투명한 미래 속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지난 5월 법률신문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형 로펌 10곳에 취업한 로스쿨 변호사 113명 중 수도권 로스쿨 출신이 95.6%(108명)이며 이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들이 73.5%(83명)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4.4%로 5명에 불과했다. 대형 로펌 외에 대법원 재판연구원으로 100명, 검사로 42명이 임용됐지만 이런 자리들 역시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국한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로스쿨 재학생의 실무 실습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 2주 이상의 실무 실습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실무 실습은 로펌이나 국가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인턴'이다. 하지만 국가기관은 실무 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로펌, 특히 대형 로펌의 실무 실습을 선호한다. 대다수의 로펌이 실무 실습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인 로스쿨 학생에게 졸업 전 미리 '채용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대 로스쿨 학생들은 대형 로펌에서 실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이 제공되지 않는다. 2009~2011년 변호사 수 100명 이상의 주요 로펌에서 실무 실습을 받은 로스쿨 학생 중 92%가 서울 소재 로스쿨 학생이고 지방대 로스쿨 학생은 8%에 그쳤다. 서울 소재 로스쿨 중에서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학생이 전체 실무 실습 학생 수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전북대 로스쿨 3학년 하헌환(38) 씨는 "2학년 때 실무 실습 원서를 로펌에 넣었는데 아예 서류에서 떨어져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 씨는 대법원에서 주최하는 제3회 모의 법정변론대회 '가인'에서 개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로펌에서 실무 실습을 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취업 약속을 받지 못했다.

몇몇 로펌은 학교 측에 추천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서울 시내 일부 로스쿨에 국한된다. '가인'에서 우승한 또 다른 전북대 로스쿨 3학년 심강현(35) 씨는 "서울 소재 로스쿨을 보면 로펌에서 찾아와 리크루팅을 하기도 하는데, 전북대에서는 리크루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심 씨도 아직 취업 약속을 받지 못했다. 그는 현재 삼성에서 선발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전형을 치르는 중이다. 심 씨는 학부 졸업 후 LS전선에서 4년간 일하다 로스쿨에 다니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취업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로스쿨 재학생들은 앞다퉈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 쌓기에 열심이다. 사립대 로스쿨 2학년 김모(27) 씨는 "아무래도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학생들보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열심인 것 같다"며 "SKY 대학은 학점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다른 학교 학생들은 모의 변론 대회, 외국어, 실무 경력 등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방대 로스쿨 3학년 김모(28) 씨 또한 "실무 실습 경력 2개 정도와 토익 고득점 등은 이제 기본"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들 중 일부는 외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연수를 가기도 하고 각종 변론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밤을 새워 스터디를 한다.

최고의 스펙은 'SKY 출신'

취업이 만만치 않기에 아예 로스쿨 '반수(半修:대학을 휴학하거나 다니면서 재수를 함)'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방대 로스쿨은 한 학년에 1~2명 정도 반수를 한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심 씨는 "30세 이하의 학생들은 아무래도 기회가 있으니까 좀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반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로스쿨 학교 차원에서도 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대형 로펌은 아예 리크루팅을 서울 일부 로스쿨에서만 실시하는 데다 추천서를 부탁하는 것도 서울 로스쿨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 학생상담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 차원에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줬으면 하고 부탁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며 "교수님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통해 부탁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애초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을 유치해 질 좋은 변론 전문가를 만들겠다는 로스쿨의 취지는 무색해진 지 오래다. 현재 25개 로스쿨마다 특성화한 법률 분야가 있지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단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지방대 로스쿨의 한 학생은 "특성화란 결국 로스쿨 서열과 돈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며 "변호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는 우리에게 먼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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