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법학적성시험(LEET) 수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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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법학적성시험(LEET) 수험일기

by 끝장토익 토익과외 201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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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법학적성시험(LEET) 수험일기

 

1.

 

법학적성시험의 준비방법과 성적향상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면 오른다고 생각하고, 또 그걸 경험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하여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서 단 한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한 번 내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에 이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함께 공부했던 친구는 저와는 견해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특히 그 친구가 제안한 공부 방법을 체득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친구에게 일단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제가 적는 이야기는 반드시 보편적인 방법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혹시 견해가 다르시더라도 그저 하나의 졸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2013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성적

올해 응시한 법학적성시험의 성적표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총점 136.6(백분위총합 : 191.8)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초고득점은 아니지만 130점대의 점수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입시에서 법학적성시험성적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올해 처음으로 시험에 응시하였습니다. 진학을 결심한 후 개인적으로 전년도 기출문제를 풀었을 당시 각각 20개씩 맞췄습니다. 이 개수는 당시 표준점수 기준표에 따르면 100점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법학적성시험 시간이 첫 해와 다르게 조정된 것을 모르고 10분을 가산하여 풀었기 때문에 실제 점수를 가정하자면 훨씬 낮은 성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과 시험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에 비추어 보면 130점대 점수를 받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3.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의 결심

 

20122, 길고 긴 학부생활을 마감하면서 사법시험 1차도 마지막으로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학부생활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전력이 없던 저는, 더 이상은 공부에 소질이 없음을 느끼며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학기를 병행하며 어영부영 또 다시 치른 사법시험에 대한 상처와 오랜 기간 꿈인지 허영인지 모를 법조인에 대한 갈망으로 인하여 그 방향을 바꾸는데 있어서 많은 내홍을 겪게 되었습니다. 700점대 토익성적표로 당장 응시할 수 있는 취업 자리는 없었고, 친구들의 조언으로 영어성적이 P/F라는 공기업에 응시하였으나 1차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자 점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실연도 당하고 나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 고향집으로 내려가 한참을 빈둥거렸습니다. 보다 못한 부모님께서 저를 호되게 혼내셨는데, 그 반발심으로 저는 무엇이라도 하는 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현재 법학과의 시야에서 가장 쉽게 눈에 보이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도망치듯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이미 4월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4. 언덕을 찾는 마음으로

 

서울에 다시 올라가는 순간 저는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1~2년 전부터 사법시험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으므로, 이미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졸업이 늦은 편이라 더 이상 함께 공부할 동기들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심리적인 압박을 견뎌낼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교수님이었습니다.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좋아하게 된 교수님이 있었는데, 종강 후 감사메일에 대한 답장으로 새 학기에 놀러 오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고 교수님께선 제 메일에 그저 가벼이 쓰신 말씀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수님께 솔직하게 놀러가도 되겠냐는 메일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하셔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리고 제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린 후 담소를 나눴습니다. 이후부터 교수님께 제 공부상황이나 근황을 메일로 말씀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험생활을 통틀어 교수님께 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심리적으로 대단히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여 오해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 덧붙이자면 교수님께 법학적성시험에 관해 수험적합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심리적 위로를 받은 후에는 실질적인 수험생활에 관한 조언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법학전문대학원에 관한 관심이 전무했으므로 관련 정보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를 통해 전년도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친구가 있다는 얘길 듣게 되었습니다. 안면은 있으나 연락처도 모르고 몇 년 간 보지 못한 친구였지만 함께 입시를 준비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 친구를 통해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친구 역시 함께 공부할 사람을 찾는 중이었고, 너그러운 심성 덕분에 저의 이런 무례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함께 스터디를 조직하기로 하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터디가 조직되었고, 4월 하순경부터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5. 스터디 일정과 횟수

 

스터디 구성원은 5명이었습니다. 이후에 1명이 충원되었고 종국적으로는 6명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스터디원 모두 학교는 졸업 혹은 수료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 운용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따라서 주5(~)로 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오전 오후를 모두 함께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습니다. 다만 일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오후 스터디의 불참은 허용되었습니다. 선택에 따라 해커스토익보카(일명 노랭이) 단어시험을 치르기로 하였는데, 모두 동의하였기 때문에 스터디 전에 간단히 단어시험을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1분기>

오전 : 영단어시험, LEET 기출문제(언어/추리)MEET 기출문제(언어추론)

언어와 추리시험은 격일제로 시행하였고, 추리의 경우 18/17문제로 나누어 격일제로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정식 시험시간에서 10분을 제외하고 풀었으나 시간이 많이 모자라다는데 의견이 모아져 5분을 남기고 종료하였으며, 나중에는 OMR연습과 더불어 정식 시험시간과 동일선상에서 풀었습니다. 추리논증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마킹시간을 제외하고 문제의 개수에 따라 시간비율을 계산하여 풀었습니다. 언어이해와는 달리 추리논증의 경우 시간을 맞춰 푸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시험시간이 종료한 후에도 무작정 답을 맞춰보기보다는 이후 남은 문제를 스스로 다 풀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비록 시험시간 이후에 여분의 시간을 제공하였지만 모두가 그와 관계없이 정식 시간 내에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험이 종료된 후 휴식시간을 갖고 나서 함께 풀이를 진행하였습니다. 기출문제의 경우 저를 제외한 모든 스터디원이 로스쿨 입시 재수생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문제에 익숙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가 익숙하다고 해서 풀이법을 설명하는 것까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경우 본문과 일치/불일치를 분석하는 형식의 문제가 아닌 추론을 통하여 답을 유추해야 하는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추리논증의 경우 그 다른 정도가 심화되어 의견충돌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합일을 이뤄낸 문제가 아니라면 최대한 논박을 이어나갔습니다. 글로 보기에는 합리적인 의견 교환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토론이 잦은 스터디의 방식상 서로 충돌하는 면을 설득하기까지 많은 고충이 뒤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일개 스터디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와 공부방법의 특성상 어느 집단에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타인의 의견을 배척하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의견이든 일단 그럴듯한 것이 이 공부의 과정입니다. 간혹 정답이 아닌 경우에도 내 주장에 따라 오답을 정답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정답시비가 심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기출문제의 경우는 되도록 자신이 빠져드는 미시적인 논리에 치중하지 말고 정답이 추론되는 과정을 분석하여 좀 더 수험적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후 : 독서자료 읽기와 분석하기

점심을 먹고 오전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리뷰가 남은 경우 그 문제들을 마저 검토하였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독서자료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독서자료는 스터디원들이 각각 요일을 맡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 혹은 도서관에서 고른 책을 발췌하여 복사해오는 것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오전에 영단어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그 출제자가 그 날 오후의 자료를 맡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료의 양은 20페이지를 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였습니다. 그 이상은 당일에 읽고 정리하기가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준비해오는 자료도 아주 다양했습니다. 인문, 철학, 과학, 정치, 고전, 경제 등 서로 겹치지 않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준비했습니다. 간혹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으로 서로 해제하기 어려운 때에는 눈과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룹 내에서 결국 마무리하지 못한 자료일지라도 부담갖기 보다는 그 날 굉장히 어려운 지문을 접하는 훈련을 했다는 생각으로 만족하였습니다. 후에는 다양한 자료를 20여 페이지씩 읽다 보니 집중력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잦았고, 더욱 수험과 밀접하게 접목시키자는 생각이 들자 자료와 관련한 문제를 출제해 오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자료담당자가 해당 자료의 일부분에 기초하여 문제를 몇 개씩 만들어 왔는데,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유사한 기틀로 출제를 해오다보니 스터디원들의 문제가 시중문제집보다 더 그럴듯한 경우도 생겼습니다.

한편, 추리논증에서 경제학 관련 그래프가 매해 출제되었으나 풀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경제학을 이중전공한 스터디원이 거시경제책을 독서자료로 몇 차례 준비해서 강의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추리논증에는 과학관련 지문이 자주 등장합니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과학 관련 수능을 치르지 않았고, 대학시절 과학관련 교양을 한 차례 들은 것이 전부인 저에게 과학지문은 존재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스터디원의 절반 이상이 법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과학지문에 익숙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였습니다. 친구 한 명이 집근처 도서관에서 독서평설을 발견한 후로 약 1년 치 독서평설 중 과학지문과 관련한 자료를 모조리 복사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담당한 날짜에 독서평설을 읽었으나 점차 자료가 많아지자 독서자료 이외에 매일 독서평설 읽기를 추가하였습니다. 이공계 출신의 스터디원이 2명 있었기 때문에 과학지문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독서자료를 계속 읽다보니 과학주제가 중첩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이후에는 추리논증은 물론, 언어이해의 과학지문을 읽는 경우에도 좀 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2분기>

오전 : 학원모의고사 시작

기출문제가 1회 마무리 되면서 학원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원모의고사중 추리논증의 경우 half 모의고사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던 때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진행 가능하였습니다. 기출문제가 학원문제로 대체된 것 외에는 이전과 방식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을 맞춰 문제를 푸는 것은 스터디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변동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 독서자료읽기와 분석하기

오후 역시 변동없이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독서자료를 읽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실력향상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언어이해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역시나 자료는 무궁무진했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않더라도 스터디에서 매일 자료를 읽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전, 오후를 모두 스터디에 투자했기 때문에 간혹 너무 지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분석 전 읽기 시간에 근처 벤치에 앉아 읽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습니다.

 

<3분기>

오전 : 학원모의고사(Full Time)

정확하게 말하면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아닙니다. 법학적성시험을 한 차례 치렀던 스터디원들의 경우 Full Time 모의고사에 대하여 2주 전부터 시행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추리논증 35문제를 모두 푸는 것에 있어서 시간 관리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시작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Half모의고사의 진도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충분한 문제분량도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신에 쌓여있는 Half모의고사 20문제를 2set 푸는 것으로 감을 대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전국모의고사를 구해 추리논증의 경우도 35문제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만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모두 푸는 것은 체력상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끝까지 매일 문제를 푸는 것으로 훈련을 대신하였고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을 모두 하루에 푸는 것은 2~3주 정도 전부터 시행하였습니다. OMR카드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정확하게 쟀으며 쉬는 시간은 10~15분 정도로 짧게 하였습니다. 또한 스터디원들과 달리 저 개인적으로는 기출문제를 한 차례 푼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언어이해나 추리논증 한 세트를 시간재서 풀었습니다. 시험일자가 다가오면서 스터디원들의 체력, 집중력의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문제 풀기를 강제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원하는 요일을 미리 제시하여 주3회 정도 출석하는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스터디원들은 되도록 마지막 주에도 모두 참석하였고 끝까지 공부를 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지막 주가 되면서 리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7월 토익시험의 경우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어시험과 같은 준비도 중단되었습니다.

오후 : 독서자료읽기와 분석하기

시험시간에 대한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였기 때문에 마지막 1~2주는 독서자료 읽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문제풀이 연습에 주력하였습니다. 다만 독서평설의 경우, 자료가 남아있었고 그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남는 자료를 조금씩 계속 읽었습니다. 독서자료를 읽었다고 해서 실제 시험에서 제가 읽은 내용이 나왔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읽는 것을 꾸준히 해온 것이 결국 언어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시험 전날 시간 관리를 할 겸 작년 윤상근 강사 출제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문에 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과거 제가 읽었던 자료는 데리다의 해체주의가 투영된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문제집의 경우 데리다라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주제가 다른 지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이름 하나가 언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문을 읽는 심리적 상태가 매우 편안해졌습니다. 시험 전 날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언어이해에 접근하는데 더욱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습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에 해왔던 공부방법을 큰 변화없이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제시문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유형이 다변화하는 시험의 특성상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든지 그 공부방법을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점수에 직결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6. 기본강의와 기본서에 대한 견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 주변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었던 조언은 추리논증 기본강의를 들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터디 시간이 촘촘하게 진행되었고 기본강의를 듣는 것에 부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서만 사서 개인적으로 읽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원들은 모두 한 차례 법학적성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기본강의와 기본서를 이미 다룬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러한 결심을 하고 선뜻 조호현강사의 추리논증 기본서를 구입하였지만 진도는 제대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기본서 역시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추리논증 기본강의에 대해서는 조언받은 다수가 권유한 것이었기 때문에 기본서를 읽지 않는 것이 처음엔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터디에 집중하면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검토해보면 아시겠지만 기본서 지면을 할애하는 절반 이상이 기출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기출문제를 푸는 것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기본서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초논리학파트입니다. 매번 나오는 명제문제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도무지 명료하게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스터디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설명을 들었지만 좀처럼 기틀이 잡히지 않고, 문제가 조금만 변형되면 틀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엔 오답노트를 만들어보았지만 스스로 해석을 쓰는데도 막힘이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실제 문제를 틀리게 되리라는 것이 명백했습니다. 그리하여 사물함에 고이 모셔둔 기본서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기초논리학 파트도 그 양이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의 기본만 제대로 읽기로 다짐하고 기초용례와 명제 간 관계, 표 정도만 확실히 숙지하였습니다(이것은 기초논리학 파트의 가장 앞부분으로 시간관계상 더 많이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이후에는 오답노트에 붙여둔 3-4문제만 완전히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올해 시험에 논리학 문제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주효했습니다.

기초논리학 파트의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기본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필요성에 대해서 선뜻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언을 구한 대다수가 추천한 것을 보면 그 유용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저와 같이 시간이 한정적인 상황이시라면 앞서 언급한 발췌독의 방법을 추천합니다. 추리논증의 특징은 문제의 유형이 비교적 명료하게 분석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부분을 제대로 인지하고 기본서를 발췌독 하는 경우 그 효과가 뚜렷해지리라 생각합니다.

 

7. 기타

 

인터넷을 통해 모 업체에서 로스쿨학원을 개원하면서 여러 가지 무료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모임과 무료 모의고사테스트가 그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입시와 관련한 무엇이든 경험해보고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두 가지 프로그램 모두에 참여하였습니다. 독서모임은 당해 업체의 한 강사께서 토요일마다 한 가지 책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읽기를 강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석했으나, 제가 참여했던 3차례 정도 모두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갔기 때문에 그 효용성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주제의 책을 권장해주시고 생각을 말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만약 이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면 좋은 디딤돌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모의고사의 경우 공부한 지 얼마 안 되어 모 대학교에서 실전처럼 진행된 시험에 응시한 것이었는데, 성적이 꽤나 처참했습니다. 18개 정도 맞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저는 성적의 참담함보다는 실제 학교 강의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경우를 경험해 본 것에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학원에서 주최하는 실전모의고사에 응시해본 적은 없고 모두 스터디원들과 스터디룸이나 도서관에서 연습했습니다.

 

8. 시험문제풀이방법의 전략적 접근

 

수험기간 내내 문제풀이를 거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어법문제 다음에 마주하는 첫 번째 지문(4-6)의 경우 정답율이 낮고 2개 이상 틀리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또한 언어이해만큼은 시간 내 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마지막 지문을 남기는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다른 방법을 궁리하였습니다. 제가 택한 방법은 풀이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마지막 지문을 풀고 1번부터 차례로 풀어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방법은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시간이 촉박해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지문을 이미 풀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4번 지문을 접하기 전 두뇌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지문과 어법 세 문제를 푸는데 10분의 한계를 두었기 때문에 시간 관리도 제법 효과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간에 지문을 건너뛰는 경우 집중력이 해이해지는 편인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순차적으로 푼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어 저에겐 제법 유용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시간이 촉박한 경우 2문제짜리 지문을 마지막으로 남겨둠으로써 점수의 효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풀이순서를 조정하는 것은 점수향상의 또 다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풀이순서를 궁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추리논증의 경우 문제를 거르지 않았던 풀이방법이 올해 시험에 주효했다고 봅니다. 수험생들 중에 수리추리문제를 훑어 미리 체크하고 문제를 미뤄두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에 저는 문제를 넘기지 않고 모두 푸는 편입니다. 저는 올해 시험에서 35문제를 모두 거르지 않고 풀었으며 시간도 남았습니다. 이는 수리추리가 비교적 쉽게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풀이한 문제개수에 비하여 정답율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리추리문제를 거르고 풀었다면 오히려 쉬운 문제에서 점수를 놓칠 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방법론은 저에게 적합하였을지 모르지만, 5문제 정도 거르고 나머지의 정답율을 높이는 방법이 오히려 효과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추리논증을 푸는 경우에도 각자에게 맞는 풀이법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9. 시험 당일의 방법론

 

앞서 언급하였듯이 저는 처음 접하는 지문에서 정답율이 낮은 편이었기 때문에, 실전문제를 접하기 전 한 두 지문 정도를 미리 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생소한 지문을 푸는 것은 오히려 긴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법학적성시험 기출문제 중 비교적 수월하지 않은 지문을 2-3개 정도 추려 출력해갔습니다. 그리고 각 지문 당 6분 정도를 할애하여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것은 언어이해 시험 시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추리논증의 경우, 몇 페이지 되진 않지만 작성해놓은 오답노트를 보았습니다. 사실, 언어이해가 꽤나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마인드컨트롤을 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모든 상황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계획한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외에도 시험장 자체의 컨디션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민감한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수면조절을 그리 잘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작은 일에도 예민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시험장은 3인용 책상의 양 끝에 두 명이 앉아서 시험을 치르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시설이 흡족하다고 생각지 않았던 모교의 제2시험장에 배정된 것도 걱정스러웠는데 타인과 무언의 신경전이 벌어질까봐 마음이 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같은 책상을 이용한 옆자리 수험생과 짐을 내려두기 위해 가운데 의자를 공유하는 계기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던 덕분에 한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소한 계기이지만 여러모로 다행스럽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0. 논술 준비

 

논술에 대해서는 조언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객관식 시험만 계속 대비하다가 시험 한 달 정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스터디원들과 추가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기출논술 문제를 원고지에 써보고 돌려가며 첨삭하는 것으로 방법을 계획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써본 것은 2번 정도입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문제가 1set로 이루어진 논술 문제를 모두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마저도 첨삭을 받으면 혹평을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 합격한 학교들은 논술비중이 제법 높았지만 당시에는 논술비중이 크지 않은 학교를 목표하였기 때문에 글자 수를 채우는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시험 당일 시간 내 원고지를 채우는 요건은 만족하였습니다. 다만 언급하자면 논술지문의 주제를 분석하고 문제에 만족하는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 리트논술의 반영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독해실력을 가늠할 만큼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서 글솜씨가 좋은 친구의 답안을 글쓰기의 방향 및 형식의 교본으로 생각하고 숙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11. 마무리

 

저의 공부방법이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한 글이 두서없이 쓰인 것에 대해 조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이 글이 결국 그 어떤 특별한 공부방법도 없으며 달리 말하자면 그 어떤 방법도 결국 나만의 특별한 공부방법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수험생활의 가장 특별한 비법은 오로지 로스쿨 입시만 준비하였기 때문에 모든 생활을 입시 위주에 맞췄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공부 외적인 경험, 가령 영화를 보더라도 이것 역시 시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법학적성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넉넉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결국 시험장에서 판가름 나게 됩니다. 제 경우도 언어이해를 마치고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다듬느라 태연하게 굴었던 것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나름대로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편하게 넘겼지만, 성적발표 후 시험지를 채점해보니 추리논증 1~3번이 모두 오답이었습니다. 그만큼 한 시험에 집중하기란 꽤나 어려운 것입니다. 반면에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던 언어이해의 경우 추리논증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수험생의 체감난이도와 결과가 상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1교시 시험을 치르고 만족감을 느끼는 수험생은 흔하지 않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도 1교시 시험 이후 소위 말하는 멘붕을 겪고 2교시까지 영향을 미친 수험생들이 여럿입니다. 1교시를 망쳤다면 2교시에서 만회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법학적성시험의 성과가 법학전문대학원의 합불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가 아니며, 또한 시험을 망쳤다고 법학전문대학원 원서접수를 포기하는 수험생도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 하루의 시험을 꼭 잘 버텨내시기 바랍니다. 각 시험시간에 그에 합당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1교시를 치르고 마음이 동요하더라도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2교시를 준비한다면 결과는 나의 심리적 수치보다 높이 평가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법학적성시험이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의 전부라는 오해를 접어두셨으면 합니다. 이 시험은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본 입시는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원하는 바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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